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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 월드』 - 실컷 갖고 놀다 버린 곰돌이 인형


"그것 때문에 병이 더 악화되는 건가요?" "그럴 위험이 많이 있지요." 스토이블리가 진료 기록부에 뭔가 적으며 말했다. "그에게는 오히려 잘된 일일 수도 있네요."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어차피 살아도 사는 게 아니잖아요." 스토이블리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글쎄요. 우리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죠. 그 사람은 우리가 전혀 알지 못하는 세계에 살고 있을 지도 모르니까요. 어쩌면 그게 그 사람의 인생일 수도 있고요."




"오래 전부터 물어보고 싶었는데 왜 그 사람을 위해서 그렇게 신경을 많이 쓰는 거지?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 아닌가?" 페터가 물었다. "나도 모르겠어." 시몬네가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그냥 마음이 너무 아파. 꼭 실컷 갖고 놀다 버린 곰돌이 인형 같아. 가끔 심심하면 처박아 두었던 것을 한, 두 번쯤 꺼내보기는 하지만 결국 쓰레기통에 버리는 물건 같은 것. 사람 사는 세상이 그래서는 안 될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