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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고등어』, 나는 어쩌다 푸른 바다를 떠나

 


"그래 그랬겠지. 바닷가에 서면 멀리 섬들이 보였는데, 나는 그때 그렇게 이상했던 거야. 섬들은 대체 어떻게 물 위에 떠 있을까 가라앉지도 않고. 그래서 난 때로는 바닷속으로 깊이 잠겨 보기도 했었어. 처음에는 코를 막아야 했지만 그 다음에는 꽤 오래도록 잠수할 수도 있었지. 그 파란 남해의 물 속에 잠기면 아주 따뜻하고 안온하거든. 검고 푸른 해초들이 종아리에 부드럽게 엉기고, 맑은 날이면 무수히 수면을 통과해 부서져 내리던 햇살들. 가끔씩 방파제 멀리로 은빛 비늘을 무수히 반짝이며 고등어떼가 내 곁을 스쳐 지나가기도 했는데, 살아 있는 고등어떼를 본 일이 있니?" 
"아니." 

"그것은 환희의 빛깔이야. 짙은 초록의 등을 가진 은빛 물고기떼. 화살처럼 자유롭게 물 속을 오가는 자유의 떼들, 초록의 등을 한 탱탱한 생명체들. 서울에 와서 나는 다시 그들을 만났지. 그들은 소금에 절여져서 시장 좌판에 얹혀져 있었어. 배가 갈라지고 오장육부가 뽑혀져 나가고." 

"......" 

여경의 숨이 골라지고 있었다. 그도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시 말했다. 

"그들은 생각할 거야. 시장의 좌판에 누워서. 나는 어쩌다 푸른 바다를 떠나서 이렇게 소금에 절여져 있을까 하고. 하지만 석쇠에 구워질 때쯤 그들은 생각할지도 모르지. 나는 왜 한때 그 바닷속을, 대체 뭐하러 그렇게 힘들게 헤엄쳐 다녔을까 하고."

여경은 반응이 없었다. 그는 눈을 감았다. 하지만 새벽이 될 때까지 잠이 들지는 못했다. 

공지영, 고등어 中

...


아침에 천천히 걸어서 회사에 오다보면 작은 횟집 하나가 눈에 띈다. 그닥 안 팔릴 것 같은 위치의 가게다. 그 앞에는 당연하게도 횟집용 수족관이 하나 있다.  

수족관을 들여다보니 어느 이름모를 녀석이 배를 뒤집은 채로 힘들게 아가미질을 하며 내게 얘기한다. 
나는 왜 여기에 있는 것일까. 
드넓은 바다를 떠나 왜 이 작은 수족관에서 배를 드러낸 채로 죽어가고 있을까.


나는 왜 여기에 있는 것일까.